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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그러나 예봉 사마림 아가씨의 지금의 경우란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는 기막힌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여자로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모
욕이 바로 눈앞에 닥쳐들고 있는 것이다.일개 처녀로서 고이 간직해 온 정조, 그것은 생명보다
도 더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 아가씨의 눈앞으로 닥쳐드는 것은 죽음도 아니
요, 죽음보다도 몇 백배, 몇 천배 더 잔인하고 혹독하기 짝이 없는 모욕이고, 그 모욕을 또 남이
보고 있는 앞에서 해 보여주어야만 되겠으니 아가씨로서는 방성 통곡하는 수밖에 없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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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연비는 아가씨의 통곡 소리를 들으니 예리한 칼끝으로 가슴을 도려내는 것만 같이 아프
고 괴로웠다. 하지만 말로써 위안해 주는 이외에 또 뭣을 할 수 있단 말인가?장탄식을 금치
못하고, 연비가 또 말했다.”아가씨 ! 울지 마세요. 우신댔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사마림
아가씨는 여전히 흐느끼는 음성이었다.”그‥‥‥ 그래! 나도‥‥‥ 자‥‥‥ 잘 알지만‥‥‥ 나‥‥‥ 나는
‥‥아!”바로 이때, 방문 밖에서 누군지 껄껄대고 웃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것은 바로 백면무
상이란 자의 술이 거나하게 취한 목소리였다.”형! 이제 그만 돌아가셔서 일견사 허비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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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마시고 계시오.”청포객의 징글맞은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헤헤헤! 여보게 둘째! 이 계
집애는 아직도 벌어지지 않은 꽃봉오리 같을 텐데, 광풍 폭우 같은 자네의 무지막지한 솜씨
를 견딜 수 있을까?”백면무상이 의기 양양하게 웃으며 대꾸했다.”하하하! 핫! 핫! 어지간히
계집애를 동정하고 아끼시는군. 걱정 마시오. 이 아우도 처녀 계집애 하나쯤은 근사하게 다
를 줄 아니까 안심하시오.”청포객이 입을 헤벌쭉 벌리고 내숭스럽게 웃었다.”헤헤헤! 여보
게, 둘째! 이 형 앞에서 너무 싱글벙글 좋아하지만 말란 말일세. 이래 뵈도 이 형은 계집에
관한 일이라면 산전수전 다 겪어 봐서 충고해 두는 거야. 한 번도 경험 없는 처녀라는 건
좀 다루기 거북하다는 걸 알아야 되느니‥‥‥ 그럼 어서 들어가 보게. 일각이 천금 같은 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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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각을 놓치지 말구.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둬야 할 일이 있어. 봉랑자가 얼마 안 되어
서 돌아오리라는 사실을‥‥‥ 그 여자가 이런 일을 눈치챘다가는 얼마나 강짜를 부리고 야
단법석이 일어날지 잘 알겠지?”말소리가 그치자 청포객의 발소리는 먼 곳으로 사라져 버
렸다.사마림 아가씨는 극도로 처참한 긴 한숨을 방안이 꺼질 듯이 슬프게 내쉬었다.”아휴
‥‥‥ 이 ‥‥‥ 이제는‥‥‥ 이제는….”그리고 내심 생각했다.’이젠 마지막이구나. 사마림의 깨끗하
던 몸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장이 날 줄이야. 하느님 맙소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