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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았을 것이다. 이런 방법 이외에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비운과 대면하지 않을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매약화 아가씨는 몸둘 곳을 알 수 없이 부끄럽기만 했다. 비

운과 시선이 마주칠까 그것이 두려워서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운은 천천히 몸을 돌이

켜 동굴 밖으로 걸어나갔다. 비운이 두 벌거숭이 남녀들을 봤는지 못 봤는지 그것은 알

길이 없었다.소세옥은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마에 구슬 방울같이 맺힌 땀을

손으로 씻었다.이때, 혼자 중얼대는 비운의 말소리가 또 들려 왔다.”알고 보니 이 동굴 속

에는 아무도 없었군! 소씨 도련님과 만씨 아가씨는 그럼 어디 계시단 말인가?”비운의 이

말소리는 마치 사형 집행의 시각을 초조히 기다리던 죄수가 별안간 특사령이 내려서 목

숨을 건지게 되는 순간같이, 두 벌거숭이 남녀들에게는 기적같이만 생각되었다.매약화

가슴은 여전히 두근두근 방망이질을 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비운의 발자국 소리는 동굴 어귀에서 들려 왔다.강주 아가씨

의 음성이 동굴 밖에서 물었다.”동굴 속에는 아무도 없더냐?”비운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렀다.”아무도 없어요!”강주 아가씨가 연거푸 물었다.”두루두루 자세히 살펴보았느냐

? 아마, 이 동굴 속에는 갈림길이나 암실(暗室) 따위가 많을 텐데 ‥‥‥‥”비운이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없어요! 제가 샅샅이 살펴봤는 걸요!”강주 아가씨는 한참 동안이나 뭣인

지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그러면 그 계집애가 어디로 갔단 말이냐?”

비운이 또 대답했다.”이 계곡은 가는 곳마다 돌들이 울퉁불퉁 함부로 나둥그러져 있고

나무들이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무성해 있으니, 가는 곳마다 사람이몸을 숨길 수 있는 데가

얼마든지 있지요! 게다가 삼면이 모두 높은 절벽으로 되어 있으니 동굴도 여기 하나만은

아닐 거예요! 아가씨! 우리 양편으로 갈라져서 찾아보기로 할까요?””그래!”강주 아가씨는

가볍게 대답하고 나서 다음 말을 계속했다.”그것도 좋다! 그러면 나는 이편 계곡에서

더듬어 나갈 테니, 너는 저편 계곡을 샅샅이 찾아봐라! 누구든지 먼저 뭣을 발견했을 때

에는 곧 소리를 질러서 서로 긴밀한 연락을 취하도록 하자!”동굴 속에 있는 벌거벗은 두

남녀들은 그제서야 떠메고 있던 무거운 바윗돌을 완전히 내려놓은 것같이 후련함을 느꼈

다.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 쳐다봤다. 그러나 여전히 입을 열어 뭣을 말하지는 않았다.

“네! 그렇게 하죠!”비운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옷자락이 바람에 펄럭펄럭 날리는 소리

가 몇 번인지 들려 왔다. 강주 아가씨와 계집종 비운은 양편으로 갈라져서 동굴 어귀를 떠

나고 말았다.매약화 아가씨가 긴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간신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