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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옷을 입은 복면의 사나이는 번쩍번쩍 무섭게 빛나는 눈초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얇은 헝겊을 통해서 아가씨의 얼굴을 노려봤다. 또다시 의기양양하게 앙천 대소하고 나서 다

음 말을 계속했다.”내 말은 추호도 거짓이 없는 진담이오! 나는 방금 아가씨가 날쌘 솜씨를

발휘해서 그 약향을 잘라 버리고 물리쳐 버리는 장면을 목격했소! 아마 아가씨도 잘 아셨을

거요! 그 굵은 향 위에는 글자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습디까? 하지만 그것은 결코 무예계

변두리의 시시한 존재들이 여자의 성욕을 충동시키기 위해서 사용하는 그따위 선정제(煽情

劑)는 아니오. 아가씨는 이 시냇가로 와서 맑은 물을 마시면 이미 입으로 들이마신 냄새를 풀

어 버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셨소? 천만에! 잘못 생각하셨소! 그 약향은 내가 백 가지 이상

의 가장 음독(淫毒)한 약물을 배합해서 만든 것이오!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한 번 이 냄새를

쐬기만 하면, 남녀가 정말로 성교를 하고 음양(陰陽)을 교합시키지 않을 때에는, 오직 나의

해독제를 써야만 풀어버릴 수 있는 것이오! 내 아가씨에게 솔직히 말해 드리리다. 나는 아가

씨에게 남편감으로 내세우는 그 남자에게도 이런 특제품의 약향 냄새를 쐬게 해놓았소. 얼마

안 가서 아가씨와 그 남자는 한 자리에서 미친 듯이 날뛰게 될 것이며, 아가씨는 흐뭇한 남성

의 맛을 알고 죽을 둥 살 둥 하게 될 것이오! 말하자면 아가씨가 한 번 진정한 여자의 몸으로

변해 보는 거지! 남녀가 살아가는 데에 더없는 절정의 맛이라는 그 맛을 보고 나서도, 아가씨

가 나와 사생 결단을 하겠다고 덤벼들지 말기만 바라오!”매약화 아가씨의 가슴속은 격분과

초조감으로 뒤범벅이 되었다.마음이 초조해지면 초조해질수록 전신에 감돌고 있는 약기운이

차츰차츰 강렬하게 발작하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갑자기 전신이 불덩어리같이 뜨거워졌다. 그

리고 온몸의 마디마디가 시큰시큰하고 근질근질해져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매약화

아가씨는 이미 이 지경에 빠져 가지고 아무리 복면의 사나이에게 욕설을 퍼부어도 소용이 없

다고 체념했다. 그것은 도리어 더 큰 모욕을 가져오는 결과가 되기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다.두 눈을 꼭 감았다. 입도 꼭 다물고 통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암암리에 전신의 진기(眞

氣)를 어떤 한 개의 초점으로 집중시켜서 그 시큰시큰하고 근질근질한 감각을 억지로라도 눌

러 보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도 부질없는 허사였다. 차라리 힘을 쓰려고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한 번 힘을 쓰기만 하면, 그 시큰시큰하고 근질근질한 감각은 더한층 지독하게

발작을 일으켜, 온몸을 사로잡으려고 하는 것이었다.”으으으응! 으응!”아가씨는 참다못해서 신

음 소리를 연발했다. 그러나 정신이 완전히 혼미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마음속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