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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안간 또랑또랑한 광채가 뻗쳐 났다. 아가씨는 훨씬 젊어진 것 같았다. 이제는 이미 외롭

고 쓸쓸하게 남성을 저주하고 미워하는 매정한 여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 찰나에 있어서,

아가씨는 이미 하나의 행복과 희망에 가슴 부푼 젊은 여자로 변해 버린 것이다.그러나 그런

기쁨은 지극히 짧은 것이었다. 행복과 희망의 빛은 아가씨의 얼굴을 슬쩍 스치고 지나쳐

갔을 뿐이었다. 소세옥의 얼굴을 원망스럽다는 듯 뚫어지도록 바라다보면서 가느다란 음

성으로 조용히 말했다.”그‥‥‥그건,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이 누이는 너무나 늙었어! 이 누

이는 그대와 그럴 만한 자격이 없어! 그대는‥‥‥ 저어 ‥‥‥‥”아가씨는 말끝을 맺지 못했다.

본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그대의 젊고 아리따운 사문(師門)의 누이 동생 뻘 되는 아

가씨가 이 순간에도 그대를 찾고 있는데‥‥‥’그러나 입속에 떠돌던 이런 말을 목구멍 속으

로 도로 삼켜 버렸다. 그저 원망스럽다는 듯 긴 탄식 소리만이 연거푸 들려 나왔다.소세

옥은 아가씨가 뭣 때문에 말끝을 맺지 못하는지 까닭을 알 수 없었다.또 한 번 명백한 다

짐을 표시했다.”누님, 너무 괴로워하지 마시오. 우리들은 어떤 연분이었소. 그렇기 때문에

꼭같이 저 못된 놈의 악랄한 계교에 빠진 것이오. 내 먼저돌문을 열어 젖히고 의복을 구

해 가지고 와서 누님과 함께 밖으로 나가도록 하리다!”매약화 아가씨는 고개만 끄덕끄덕

할 뿐.홀연, 아가씨의 마음속에는 심히 복잡한 생각이 실마리처럼 엉클어졌다.평소에 아

가씨는 남성이란 것을 미워했었다. 멸시해 왔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일종의 자비심이

아가씨를 사로잡았다. 감히 현실을 똑바로 바라다볼 수 없게 되었다.아가씨는 다년간 우울

과 냉정만이 감돌던 초췌해진 자기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어 봤다. 자기의 마음이 실제 나

이보다는 훨씬 더 늙었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천진 난만한 젊은 아가씨 강주

의 사랑을 빼앗기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 늙었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강주

아가씨만이 자기 눈앞에 있는 이 준수하게 생긴 청년과 부부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

그렇지 않다면 강주 아가씨는 일평생을 두고 얼마나 자기를 미워할 것이랴!그러나 아가

씨는 다음 순간 자기 자신을 완강히 부정해 봤다. 앙칼진 생각을 해봤다.’이 청년은 내

든 살든 간에 나는 그와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일종의 신념이 가득 찬 오만한 의식이

아가씨의 마음속에서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