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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원방장은 또 합장을 하고 점잖게 물었다.”그 고죽애(苦竹崖) 위에 심어져 있는 흑죽(黑竹)은

지금쯤 보랏빛으로 변했는지 알고 싶소!”곤륜황승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하면서 얼른 대답

했다.”자운이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소(紫雲未現)!”명원방장의 말이,”황룡이 하늘에 계시

(黃龍在天)!”곤륜 황승이 대꾸했다.”물결 같은 마음이 세 번이나 용솟음쳤소(波心三湧)!”

명원방장이 합장을 하고 말했다.”나무 아미타불! 밝은 달은 사람의 마음을 증명하오(明月

證心)!”자리에 앉아 있는 무예계의 여러 영웅 호걸들은, 두 화상들이 무슨 말을 주고 받는지

어떤 사람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명원방장이 그네들의 독특한 선어(禪語)를 써서

과연, 곤륜황승의 거만스럽던 태도가 돌변했다. 합장을 하고 상반신을 정중하게 굽혀 멀

리 명원방장을 바라다보며 말했다.”사형(師兄)의 지시에 감사합니다!”명원방장은 자상한

표정으로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띠며 몸을 일으켜 답례를 했다.”불문에서는 사람을 속이

는 법은 없소! 멀리서 오신 친구, 이리 앉으시오!”곤륜황승은 찍소리도 없이 한편으로 비

켜 서서 자리에 앉고 말았다.칼을 뽑고, 활을 잡아당길 것같이 일촉 즉발의 아슬아슬한

국면이, 명원방장의 몇 마디 선어로써 간신히 가라앉아 버린 셈이다. 그러나 명원방장의

소위 선어란 것이 뭣을 의미하는 말인지, 그뜻을 이해하는 사람은 좌중에 하나도 없었다

매약화 아가씨는 곤륜황승이 물러나가는 것을 보고야, 경혼검을 칼집에 도로 꽂아 넣고

제자리로 돌아갔다.이때, 무당파의 영도자 제일명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날카로운

눈초리로 사방을 휘둘러 보면서 쩌렁찌렁 울리는 음성으로 말했다.”근 백여 년 동안, 무예

의 여러 문파들은 비록 문호를 달리하는 의견의 차이는 있었다고 하지만, 대체적으로 친선

점창파의 두령 신후 학거비가 큰 소리를 질렀다.”제일명 선생의 말씀은 지당하오! 그런데 근

자에 와서 천하제일방의 무예계를 제패하려는 욕심과 야망은 왕년의 저 유명했던 현도노마

(玄都老魔)의 수단보다도 몇 배 더 잔인하고 악랄하오! 그야말로 안하 무인격으로 미친놈

처럼 날뛰고 있는 것이오!”성수신검 정기봉은 빙그레 입가에 미소를 띠고 고개를 가볍게 끄

덕끄덕하고 있을 뿐이었다.제일명이 다시 계속하는 말.”이런 까닭으로 우리는 여기에 모인

것이오! 옛말에도 있듯이 ‘한 개의 화살은 꺾기 쉬우나 뭉쳐진 화살은 꺾기 어렵다.’ 했고,

‘한 사람은 때려 눕히기 쉬우나 뭉쳐진 군중의 힘은 쳐부수기 어렵다.’ 했으니, 이제 여러

문파들도 무예계의 정의를 사수해야 할 우리 영도자급의 인물이라는 자각과 책임 밑에,

동심동체가 되어서 서로 돕고 서로 협력해서 소기의 목적을꽉 감은 채 고개를

끄덕끄덕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