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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다고 생각했다. 초일은 가만히 자신에게 말한 삿갓의 인물을 바라보았다. 흑의의

가슴에 새겨진 금색의 천(天)자가 인상적이었다. 오직 그만 가슴에 천(天)자를 새기

고 있었다.”생각보다 젊군!”구잔월은 초일의 모습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천

여랑의 모습이 보이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다 성과 그녀를 위한 일이

라고 생각했다.”구 단주님? 맞나요? 설마……!!””구잔월이오, 소성주.”구잔월은 오직

성주의 명령만 듣기 때문에 아무리 천여랑이 소성주의 신분이라 해도 하대를 했다

. 천여랑은 성주인 할아버님의 직속 파천단이 직접 나오자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기 때문에 더욱 떨려왔다. 구잔월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천여랑은 초일의 소매를 힘차게 잡아갔다.”성주님이 찾고 있소.”구잔월의 말

에 천여랑은 더욱 초일의 옆에 붙었다. 천여랑은 겁이 났다. 무엇보다 초일과 헤어

진다는 것이 싫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안 가게 되면 초일이 죽을 것 같았다. 아직까

지 오약화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제가 가면, 초 가가의 누명을 벗겨주실

건가요?”천여랑은 어떻게 해서라도 초일을 살리고 싶었다. 파천단과 싸운다는 것

은 곧 죽는다는 말과 일맥상통(一脈相通)하기 때문이다. 구잔월은 천여랑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가 받은 명령은 다른 것이 아니었다. 천여랑을 데리고 오

라는 명령도 받지 않았다. 오직 초일을 죽이라는 명령만 받았을 뿐이다.”그럴 줄 알

았어요, 저는 안 갈 거예요.”망설이는 구잔월의 모습에 천여랑은 초일의 등 뒤로 숨었

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그 모습에 구잔월의 미간이 약간 움직였다.”그렇게 나온다

면 나도 할 수 없소, 소성주가 보는 앞에서 손을 쓸 수밖에…….”구잔월의 싸늘한 말

에 놀란 천여랑이 초일의 앞을 막으며 나섰다.”저…저는…, 그를 사…사랑해요.”천여랑

이 작게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리자 구잔월의 미간이 더욱 굳어졌다. 초일은 그녀의

말에 잠시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천여랑의 작은 등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너무

가냘프게 보였다. 그리고 미안했다.장항은 구잔월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자리에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했다. 일단 살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파천단은 절대 혼

자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하지만 막 남들 모르게 빠져나가려던 장항의 발

걸음이 천여랑의 말을 듣는 순간 멈추었다.’사랑한다……!!’장항은 천여랑의 진심 어

린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초일의 앞을 막아서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발

걸음을 초일의 옆으로 옮겼다.’나도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이런 입장이라

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장항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에게는 용기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