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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서? 무슨 해야 할 일이 그다지 많단 말이오?”매약화 아가씨는 별안간 얼굴

이 새빨개졌다. 그러나 역시 처량한 표정으로 억지로 웃는, 소리 없는 미소였다.”나는‥

‥‥ 나는 벌써 홀몸이 아니거든‥‥‥‥”말끝을 맺지 못하고 매약화 아가씨의 얼굴은 더한층

새빨개졌다. 부끄러움과 수줍음을 못 이겨 고개가 저절로 푹 수그러졌다.소세옥은 한참

동안이나 곰곰 생각했다. 매약화 아가씨가 홀몸이 아니라는 말이 뭣을 의미하는 말인

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부끄러움과 수줍음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쩔줄 모르는 매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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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아가씨의 모습을 멍청히 바라다보고만 서 있었다.만빙여 아가씨가 매약화 아가씨의

소맷자락을 넌지시 당기며 말했다.”언니도 참 딱해! 지금 그런 소리를 이분한테 하시면

뭘 해요! 지금 이분은 절대로 정신이 분산돼서는 안 돼요!”매약화 아가씨는 또 한 번 처

량한 표정으로 소리 없이 씽긋 웃었다.”솔직하게 알려 주는 것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아서

‥‥‥ 그렇게 하면 소세옥은 이 세상에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더한

층 굳어질 게 아냐? 어린 것이 생긴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더한층 용기를 내서 원수 놈

을 죽여 버릴 수도 있을 테니까‥‥‥‥”소세옥은 여테까지 머리 속에, 부친의 원수를 갚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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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겠다는 일념밖에 없었다.이제 아가씨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보니 다소 당황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음성이 약간 떨려 나왔다.”매약화! 그대는‥‥‥ 몸에‥‥‥ 어‥‥‥ 어린

것이 생겼다는‥‥‥?”매약화 아가씨는 부끄러움을 못 이겨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아래턱

만 끄덕끄덕했다.”그래요! 이 일은 내가 그대를 따라서 같이 죽는 것보다 몇 배 더 중

대한 일이 아니겠어요?”소세옥은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장탄식을 금치 못했다.불쌍하고

딱하다는 눈초리로 매약화 아가씨의 얼굴을 한참 동안 이나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나더

니, 별안간 명랑한 음성으로 통쾌하게 웃었다.”하하하! 핫! 핫! 잘되었어!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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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이 소세옥도 안심하고 싸울 수 있지! 나의 뒤를 이어 줄 인생이 생겼다니, 나는 죽어

도 아무런 유감이 없을 것이다!”만빙여 아가씨는 조그만 입을 쫑긋쫑긋했다.원망스럽다

는 눈초리로 매약화 아가씨를 쏘아보면서 말했다.”언니, 제발 그만 좀 해둬요! 이렇게 긴

장된 판국에서이분에게 그런 말을 해선 뭣하겠어?”매약화 아가씨는 땅이 꺼지도록 긴

한숨을 내쉬었다.”빙여! 아냐! 이런 사실을 이이한테 미리 알려 주는 것이 나는 옳다고

생각했어! 그래야만 이이는 완강한 의지와 불굴의 신념을 가지고, 어린 것을 위해서 투

지 만만하게 싸울 수 있고,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