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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에 끊어져 버렸는지 그것은 확인할 수 없었으나, 아가씨의 등덜미에 서있는 한 그루 나지막한

나무 뒤에서 신음 소리가 들려 왔다.으흐흠! 음!”매약화 아가씨는 재빨리 몸을 홱 돌이키고 뒤를

바라다봤다.그때야 걸인 도사의 그림자를 열 장쯤 떨어진 저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비칠비칠 몸

을 가누지 못하고 간신히 달아나는 꼴을 보아, 걸인도사가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경혼검 매

약화 아가씨는 약간 어리둥절했다. 걸인 도사가 누구의 손에 부상을 입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순간, 이곳에는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는 마차 위에 있는 푸른옷을

입은 사나이가 있을 뿐이었다.또 아가씨는 마차 위 휘장 문 앞에 마부가 팔장을 끼고 앉아서 꼼

짝달싹도 하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매약화 아가씨는 모질고 사나운 비바람 속에서도

사방을 두리번거려 봤다. 사면 팔방 어디를 보나 비바람 이외에는 사람의 그림자라곤 하나도

찾아낼 수 없었다.이렇게 되고 보니,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어 두 눈이 휘둥그래지고 어리둥절

하는 도리밖에 없었다.이때, 마차 위에서 돌연 애교가 똑똑 듣는 여자의 앳된 음성이 들려 왔

다.”매약화 언니! 하마터면 언니는 도사의 독수(毒手)에 걸려서 큰일날 뻔했어요!”매약화 아가

씨는 얼른 그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상하게도 어느 틈엔지 마차의 휘장은 걷혀 있었고, 그

안에는 아리땁게 생긴 소녀가 혼자 앉아 있었다.전신에 새파란 남빛 옷을 입어서 시원스럽고

잔잔한 호수 물을 바라다보는 것 같은, 보는 사람에게 명랑하면서도 차분히 가라앉은 인상을

주는 귀여운 아가씨였다. 아가씨는 천진하고 어리디어리게 생긴 얼굴에 빵끗 미소를 띠고 있

었는데, 더군다나 왼편 볼에 폭 패어 들어간 볼우물은 보는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깨끗하고 요염하게 생겼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얌전하고

점잖음을 간직해서 보는 사람에게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자아내는 아가씨.오똑한 콧날, 앵

두 같은 새빨간 입술, 가을날, 호수처럼 맑게 가라앉았으면서도 촉촉히 젖어 있는 것 같은

눈동자.어느 모로 뜯어 봐도 아름답지 않다고 지적해 낼 곳이 없는 미모의 얼굴이었다.

단지 몸이 너무나 말랐고 약해 보이는 게 흠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두 어깨가 다소 아래로

처졌고, 허리가 한줌밖에 안 되어 보일 정도로 가늘어서 심히 약골로 생긴 전체적인 인상

이 보는 사람에게 가엾은 인상을 주는 아가씨였다.매약화 아가씨는 자기의 재질이나 미모

가 남보다 출중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온 여자였다. 거기다 또 성미까지 오

만불손하고 안하 무인격이었으며, 무예계에서 한